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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l 서버 가격을 30% 깎으라는 고객한테 한 말

Dell 서버 가격을 30% 깎으라는 고객한테 한 말

Dell 서버 가격을 30% 깎으라는 고객한테 한 말 월요일 오전, RFP가 떨어졌다 메일함을 열었다. 새로 들어온 RFP 하나.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Dell PowerEdge R750 서버 20대. 메모리 256GB, SSD 4TB, 3년 보증. 견적 요청서를 열었다. 예산란을 봤다. "시중 최저가 기준으로 협의 가능" 이 문구가 나오면 답이 없다는 걸 안다.담당자한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하드영업입니다." "아, 네. 견적 넣어주실 거죠?" "네, 그런데 예산이 얼마 정도로 생각하시나요?" "음... 대당 500만원 정도요?" 계산기를 두드렸다. Dell 공급가가 대당 650만원이다. 유통 마진 10%, VAT 포함하면 대당 715만원은 받아야 한다. 500만원은 원가보다 낮다. "담당자님, 500만원은 좀..." "다른 업체는 가능하다던데요?" "어느 업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끊었다. 짜증났다. 경쟁사 전화가 왔다 점심시간이었다. 같은 업계 김 과장한테 전화가 왔다. "야, 너도 그 입찰 견적 넣냐?" "응, 근데 예산이 말이 안 돼." "맞아. 나도 봤는데 500 달라는 거 보고 웃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난 패스. 마진 0원이면 뭐하러 해." 김 과장은 현명했다. 나도 패스하고 싶었다. 근데 이번 분기 실적이 아직 70%였다.팀장한테 보고했다. "팀장님, 이 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 큰 건데?" "예산이 원가보다 낮습니다." "그럼 Dell한테 특가 요청해봐." "해봤는데 안 된답니다."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판단해. 근데 분기 실적은 알지?" 압박이었다. 고객사를 찾아갔다 다음날 오후, 고객사를 찾아갔다. 약속 없이 갔다. 담당자는 당황했다. "어, 갑자기 왜 오셨어요?"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노트북을 꺼냈다. 견적서를 보여줬다. "담당자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네?" "Dell R750 대당 500만원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업체는 가능하다는데요?" "그 업체가 거짓말하는 겁니다." 담당자 표정이 굳었다."Dell 공급가가 650만원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화면에 Dell 공식 견적서를 띄웠다. "유통 마진 10%, VAT 10% 붙이면 715만원입니다." "그럼 저희 예산으로는 안 되는 거네요?" "정확합니다. 500만원 받으면 저희가 손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수량을 줄인다. 20대가 아니라 14대. 둘째, 스펙을 낮춘다. 메모리 128GB로. 셋째, 예산을 올린다. 최소 대당 700만원. 담당자는 메모했다. "상사한테 보고해볼게요." "네, 연락 주세요." 나왔다. 떨렸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 날아간다. 결과는 3일 뒤에 왔다 금요일 오후였다.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과장님, 저희 상사가 예산 추가 승인받았습니다." "네? 진짜요?" "네, 대당 700만원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바로 견적 보내드리겠습니다." "과장님,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좋았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끊고 나서 한숨 쉬었다. 도박이었다. 이길 줄 몰랐다. 계산해봤다. 대당 700만원 × 20대 = 1억 4천만원. 마진은 약 1000만원. 인센티브로 300만원 정도 들어온다. 팀장한테 보고했다. "팀장님, Dell 건 클로징했습니다." "오, 진짜? 어떻게 했어?"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팀장은 웃었다. "그게 통하네. 신기하다." 신기한 게 아니다. 운이다. 술자리에서 나온 말 저녁에 팀원들이랑 술 마셨다. 후배 김 대리가 물었다. "형, 그 건 어떻게 따낸 거예요?" "솔직하게 말했어." "고객이 가격 깎으라는데 거절한 거예요?" "거절이 아니라 현실을 알려준 거지." "그래도 보통 안 되잖아요." 맞다. 보통은 안 된다.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경쟁사한테 날아간다.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다. "김 대리, 있잖아." "네?" "가격 깎아달라는 고객한테 무조건 깎아주면 어떻게 돼?" "마진이 없어지죠." "맞아. 그리고 고객도 우리를 무시하게 돼." "무시요?" "응. '이 업체는 말하면 깎아준다' 그렇게 생각하거든." 김 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말했다. "가격은 가치야.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 "델 서버가 싸구려가 아니잖아. 성능 좋고, 안정적이고, AS 빠르고." "그걸 500만원에 팔면 그게 우리 가치가 되는 거지." "그럼 형은 항상 안 깎아요?" "아니. 깎을 수 있으면 깎아. 벤더가 특가 주면." "근데 원가보다 낮게는 못 받아.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김 대리는 술잔을 들었다. "배웠습니다, 형." "배운 게 아니라 경험이야. 너도 겪어봐." 월요일, 계약서에 도장 찍었다 고객사에서 PO가 왔다. Purchase Order. 구매 발주서. 이게 와야 진짜 성사된 거다. Dell Korea 영업한테 연락했다. "김 부장님, PO 왔습니다." "오, 수고했어요. 특가는 못 드렸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 "그냥 정가로 받았습니다." "대박. 요즘 그게 어디 쉬워요." 쉽지 않다. 나도 안다. 이번 건은 고객 담당자가 합리적이었다. 상사도 이해해줬고. 다 운이다. 계약서를 스캔해서 저장했다. CRM에 기록했다. "Dell R750 20대, 1억4천만원, 마진 1000만원" 이번 분기 실적이 85%가 됐다. 남은 15%는 다음 주에 클로징 예정인 NetApp 건으로 채운다. 분기 목표 달성 가능하다. 인센티브 계산해봤다. 분기 목표 100% 달성하면 500만원. 초과하면 추가로 더 붙는다. 이번 분기는 잘 될 것 같다. 깎아달라는 고객에게 이후로 비슷한 상황이 또 왔다. 금융권 고객. HPE 서버 견적 요청. "30% 할인 가능하세요?" 전화로 말했다. "담당자님, 30%는 불가능합니다." "왜요?" "HPE 공급가가 있습니다. 저희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 얼마까지 가능해요?" "10% 정도입니다. 그것도 벤더 승인받아야 합니다." "10%면 예산이 안 맞는데요." "그럼 수량을 조정하시거나, 예산을 조정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검토해볼게요." 이 건은 날아갔다. 경쟁사가 20% 할인해준다고 했단다. 아마 거짓말이거나, 마진 0원으로 따낸 거다. 상관없다. 마진 없는 딜은 안 한다. 우리 회사 방침이다. 나도 동의한다. 마진 0원으로 수주하면 뭐가 문제냐고? 첫째, 회사 이익이 없다. 둘째, 내 인센티브가 없다. 셋째, 문제 생기면 손해다. 납기 지연, 하자 발생, AS 요청. 이런 거 처리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마진 없으면 적자다. 그래서 나는 이제 확실하게 말한다. "안 됩니다." "불가능합니다." "다른 업체 알아보세요." 한 달 뒤, 그 고객이 다시 연락했다 금융권 고객 담당자였다. "과장님, 저 기억하세요?" "네, 기억합니다." "저희 경쟁사랑 계약했는데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서버가 안 들어왔어요." "...네?" "계약하고 한 달 지났는데 연락이 없어요." "그 업체한테 뭐라고 하던가요?" "HPE 재고 없다고 하네요. 납기가 3개월 걸린대요." 웃음이 나왔다. 참았다. "그럼 어쩌시려고요?" "과장님, 아직 견적 가능하세요?" "가능은 한데, 가격은 전에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견적 보내드리겠습니다." 끊고 나서 동료한테 말했다. "야, 지난번에 날아갔던 그 건 있잖아." "응, HPE?" "응. 다시 들어왔어." "헐, 진짜? 경쟁사가 말아먹었나?" "재고 없다고 거짓말한 것 같아." "에이, 설마." "근데 한 달 동안 연락 없었다잖아." 동료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업체들 때문에 우리까지 욕먹는 거야." 맞는 말이다. 나는 견적서를 다시 보냈다. 가격은 그대로. 10% 할인. 고객은 바로 PO를 보냈다. 가격을 깎지 않는 이유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원가보다 낮게는 못 받는다. 우리도 회사고, 이윤이 있어야 한다. 자선사업 아니다. 둘째, 마진 없으면 AS도 없다. 문제 생겼을 때 처리할 여력이 없다. 고객한테도 손해다. 셋째, 가격은 가치다. Dell 서버는 성능이 좋다. HPE는 안정적이다. NetApp는 속도가 빠르다. 그게 값어치다. 넷째, 장기적 관계. 한 번 헐값에 팔면 그게 기준이 된다. 다음에도 같은 가격 요구한다. 관계가 망가진다. 다섯째, 경쟁력. 우리가 제공하는 건 제품만이 아니다. 기술 지원, 빠른 납기, 정확한 정보. 이게 다 비용이다. 여섯째, 자존심. 영업도 전문가다. 고객이 깎으라고 해서 무조건 깎으면 우리가 뭐가 되냐. 선 긋는 게 필요하다. 그래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다. 고객이 "다른 데 알아볼게요" 하면 불안하다. 분기 실적 압박 있으면 더 그렇다. 팀장이 "왜 못 따왔어?"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마진이 없어서 안 했습니다" 해봤자 소용없다. 실적은 실적이니까. 그래도 나는 선을 긋는다. 원가 미만은 안 받는다. 마진 5% 이하는 안 한다. 이게 내 원칙이다. 이 원칙 지키다가 실적 못 채운 적 있다. 인센티브 못 받은 적 있다. 팀장한테 찍힌 적도 있다. 그래도 후회 안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맞는 길이다. 헐값에 팔았던 건들은 나중에 문제가 됐다. AS 비용, 재고 손실, 고객 클레임. 고객도 알아본다 재미있는 건 뭐냐면, 제대로 된 고객은 안다. 가격이 왜 이런지. 왜 못 깎아주는지. 그런 고객은 흥정 안 한다. 적정가 물어보고, 합리적이면 바로 계약한다. 장기 거래한다. 문제는 가격만 보는 고객이다. "1원이라도 싸게" 이런 마인드. 이런 고객은 나중에 문제가 많다. 납기 늦으면 난리, 스펙 조금 다르면 클레임. 나는 이제 고객을 고른다. "이 고객은 장기 거래 가능한가?" "합리적인 사람인가?" "문제 생겼을 때 이해해줄까?" 안 될 것 같으면 처음부터 패스한다. 시간 낭비 안 한다. 차라리 다른 고객 찾는다. 8년 하면서 배운 거다. 모든 고객을 다 상대할 필요 없다. 좋은 고객 몇 개만 있으면 된다. Dell 건 이후로 달라진 것 그 Dell 건 이후로 나는 확신이 생겼다. "가격을 안 깎아도 된다."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해도 된다." 물론 다 통하는 건 아니다. 열에 하나 정도 통한다. 근데 그 하나가 크다. 요즘은 고객한테 이렇게 말한다. "담당자님,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가격은 정가입니다. 못 깎습니다." "대신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겁니다." 빠른 납기. 정확한 기술 지원. 문제 생겼을 때 즉각 대응. 3년 무상 AS. "가격은 못 깎는데, 서비스는 최고로 드립니다." "선택은 담당자님 몫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반응이 둘로 나뉜다. "그럼 다른 데 알아볼게요" 또는 "알겠습니다, 그럼 진행하죠." 전자는 보내고, 후자랑 일한다. 깔끔하다. 이번 분기는 잘 마무리할 것 같다 지금 실적 95%. 남은 건 NetApp 스토리지 하나. 다음 주면 클로징 예상. 분기 목표 110% 달성 가능하다. 인센티브 700만원 정도 나온다. 올해 연봉 7000만원 넘는다. 집사람한테 말했다. "이번 분기 잘 될 것 같아." "오빠 요즘 표정 밝아진 거 같더라." "그래? 스트레스는 여전한데." "근데 뭔가 달라진 것 같아." "뭐가?" "예전엔 불안해 보였는데, 요즘은 확신 있어 보여." 맞는 말이다. 예전엔 고객 눈치 봤다. 가격 깎아달라면 어떡하나, 경쟁사한테 빼앗기면 어떡하나. 항상 불안했다. 요즘은 다르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를 안다. 그 가치에 맞는 가격을 받는다. 안 되면 다음 고객 찾는다. 이게 영업이다.30% 깎으라는 고객한테 "안 됩니다" 말한 게 인생 전환점이었다. 솔직함이 가끔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