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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더 PM과의 저녁 술자리가 다음날 미팅을 결정했다

벤더 PM과의 저녁 술자리가 다음날 미팅을 결정했다

예정에 없던 저녁 6시 30분. 퇴근할 타이밍이었다. Cisco PM 김태준 과장한테 카톡이 왔다. "형님, 오늘 저녁 어때요? 맥주 한잔요" 원래 계획은 집 가서 애 재우는 거였다.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연락했다. 또 늦는다고. "7시 강남역 OK?" "ㅇㅇ" 이런 약속은 안 잡을 수가 없다. 벤더 PM이랑 친하면 납기도 빠르고, 긴급 건 처리도 잘된다. 실적이 관계에서 나온다. 이게 하드웨어 영업이다.고기집에서 시작된 이야기 강남역 3번 출구 고기집. 테이블에 앉자마자 태준이가 먼저 말했다. "형님, 요즘 Cisco 네트워크 스위치 잘 나가죠?" "그냥 그래. 공공은 최저가 싸움이고, 금융은 견적만 받아가더라." 소주 한잔 마시고 고기 구웠다. 태준이는 올해 입사 3년차다. 나보다 5살 어리다. 성실한 편이다. 납기 약속 안 어긴다. "형님은 어느 섹터가 제일 잘 돼요?" "공공이랑 금융인데, 요즘은 둘 다 예산이 빡빡해. 클라우드로 다 넘어가잖아." "맞아요. 우리도 느껴요." 술 한잔 더 마셨다. 태준이가 고기 뒤집으면서 물었다. "형님, 제조업 쪽은 안 하세요?" "안 해. 우리 팀이 공공/금융이라." "아, 그럼 혹시 아는 분 있으면 소개 좀..." 여기서 귀가 좀 열렸다.제조업체 이야기 태준이가 설명했다. "저희 큰 제조업체 하나 붙잡고 있는데요. 경기도 화성 쪽 공장이요." "어디?" "OO전자부품. 근데 거기 IT팀장님이 Dell 서버랑 NetApp 스토리지도 같이 교체하려고 하시는데, 저희는 네트워크만 하잖아요." "예산은?" "15억 정도래요. 네트워크가 5억, 서버랑 스토리지가 10억." 소주잔을 내려놨다. 15억. 10억이 서버랑 스토리지다. 이거 큰 딜이다. "IT팀장 연락처 있어?" "있죠. 근데 형님, 제가 소개해드리면 네트워크 쪽 견적 챙겨주실 거죠?" "당연하지. 네가 물고 온 건데." "그럼 내일 아침에 연락처 드릴게요. 팀장님한테 미리 말씀드리고요." 고기 다 먹었다. 술 두 병 비웠다. 계산은 내가 했다. 12만원. 태준이가 사양했지만 내가 끊었다. "다음에 네가 쏴." "형님, 감사합니다."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계산했다. 서버 6억, 스토리지 4억. 마진율 12%면 1억 2천. 우리 몫은 6천만원. 인센티브 2천만원 나온다. 분기 실적 채운다.다음날 오전 9시 10분. 출근하자마자 태준이한테 카톡 왔다. "형님, OO전자부품 IT팀장 김현수 상무님 연락처요. 010-XXXX-XXXX. 제가 미리 말씀드렸어요. 오늘 오후 2시쯤 전화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고맙다. 점심 한번 먹자." "형님이 계약하시면요 ㅋㅋ" 커피 한잔 마시고 명함 정리했다. CRM에 김현수 상무 등록했다. 회사: OO전자부품직급: IT담당 상무연락처: 010-XXXX-XXXX소스: Cisco PM 김태준예산규모: 15억 (서버/스토리지 10억)시기: 3분기 집행 예정 10시에 팀장한테 보고했다. "팀장님, 제조업체 하나 물어왔습니다. 15억짜리요." "어디서?" "Cisco PM 소개요." 팀장이 웃었다. "술값이 실적이 되네. 좋아, 잘해봐." "네." 오후 2시까지 뭘 준비할까 고민했다. Dell 서버 라인업 자료, NetApp 스토리지 레퍼런스, 제조업 납품 사례. SE한테 미리 알렸다. "박 대리, 오늘 오후에 제조업체 상무님한테 전화할 건데, 기술 질문 나오면 바로 받아줄 수 있지?" "네, 과장님. 뭔데요?" "서버 6억, 스토리지 4억." "오, 큰 거네요. 스펙 나오면 바로 주세요." 상무님과의 첫 통화 오후 2시 5분. 전화 걸었다. "여보세요, 상무님. OO총판 영업1팀 하드영업 과장입니다. Cisco 김태준 과장님 소개로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들었어요. 태준 과장이 말 많이 하더라고요." 목소리가 시원했다. 50대 중반쯤. "상무님, 서버랑 스토리지 교체 건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구성으로 검토 중이신가요?" "지금 쓰는 게 Dell R730 서버 20대하고 NetApp FAS2600 스토리지인데, 둘 다 5년 넘어서 교체 시기예요. 새로 들일 건 R750 정도 생각하고 있고, 스토리지는 FAS 시리즈로요." "용도가 어떻게 되시나요?" "ERP하고 MES 시스템이요. 공장 가동 데이터 실시간 처리해야 돼서 성능 중요합니다." "네, 그러면 R750 스펙이랑 FAS9000 시리즈 한번 검토해드릴게요. 현장 방문해서 구성 상담드려도 될까요?" "좋아요. 언제 오실래요?" "내일 오전 괜찮으세요?" "10시에 오세요. 화성 공장으로." "네, 감사합니다." 전화 끊고 SE한테 바로 연락했다. "박 대리, 내일 오전 10시 화성 가자. 현장 미팅." "네, 과장님. 자료 준비할게요." 팀장한테도 보고했다. "내일 현장 갑니다." "잘하고 와." 화성 공장 방문 다음날 오전 8시. 회사 앞에서 SE 박 대리 태우고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 막혔다. 9시 30분에 도착했다. 공장 입구에서 방문증 받고 본관 3층 IT팀 갔다. 김현수 상무가 반갑게 맞아줬다. "어서 오세요. 멀었죠?" "괜찮습니다." 회의실에 앉았다. 상무님이 현재 구성도 보여줬다. Dell R730 서버 20대, NetApp FAS2600 스토리지 1Set, Cisco Nexus 스위치. "지금 이게 5년차인데, 보증 기간 끝나서 장애 나면 답이 없어요." 박 대리가 질문했다. "워크로드가 어느 정도 되시나요?" "ERP가 동시 접속 500명, MES는 공장 라인 8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요." "그러면 R750 스펙에 메모리 256GB, SSD 2TB 구성이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끼어들었다. "상무님, 예산은 어느 정도 책정되셨어요?" "15억 정도요. 네트워크 5억, 서버랑 스토리지 10억." "납기는요?" "8월 말까지요. 3분기 예산이거든요." "네, 그럼 이번 주 안에 구성이랑 견적 드릴게요." "좋아요. 근데 경쟁사도 몇 군데 받을 거예요." "당연하죠. 저희가 가격이랑 납기에서 최선 다하겠습니다." 미팅 끝나고 공장 전산실 구경했다. 서버랙 2개, 케이블 정리 깔끔했다. IT팀이 일 잘한다는 느낌. 점심은 공장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상무님이 사줬다. "제조업은 IT 투자가 좀 어려워요. 본사에서 예산 따내기가."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올해는 공장 증설하면서 예산 붙었어요." "저희가 잘 도와드리겠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 대리가 말했다. "과장님, 이거 될 것 같은데요?" "해야지. 10억이야." "견적 빡세게 써야겠네요." "마진 12% 맞춰. 상무님이 합리적이셔." 견적 작업 회사 돌아와서 견적 작업 시작했다. Dell 담당 PM한테 전화했다. "R750 서버 20대, 스펙은 Xeon Gold 6338, 메모리 256GB, SSD 2TB. 견적 좀 받아줘." "납기는?" "8월 말." "가능. 대당 3500만원 쳐줄게." "20대면 7억이네. 좀 깎아줘." "6억 8천. 더는 힘들어." "오케이." NetApp 담당PM한테도 연락했다. "FAS9300 1Set, 디스크 100TB. 견적 줘봐." "3억 5천." "3억 2천 안 돼?" "과장님, 그럼 마진이 없어요." "3억 3천. 파이널." "에휴, 알겠습니다." 서버 6억 8천, 스토리지 3억 3천, 합계 10억 1천. 우리 마진은 1억 2천만원. Cisco 네트워크는 태준이가 5억에 견적 넣을 거다. 전체 15억 1천. 예산 안에 들어간다. 금요일 오후에 상무님한테 견적서 이메일 보냈다. "상무님, 구성이랑 견적 보내드립니다. 검토 부탁드려요." 한 시간 뒤에 답장 왔다. "잘 봤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한번 미팅하죠." 두 번째 미팅과 경쟁 화요일 오전 10시. 다시 화성 갔다. 이번엔 상무님이랑 IT팀 차장, 과장 3명이 같이 있었다. "과장님, 견적 잘 봤어요. 근데 A사랑 B사도 견적 받았는데, 거기는 좀 더 싸더라고요." 예상했던 말이다. "얼마나 차이 나나요?" "5천만원 정도요." "상무님, 저희는 납기가 빠릅니다. A사는 Dell 재고 없으면 3개월 걸려요." "그건 알아요." 박 대리가 기술 설명 시작했다. "저희 구성은 메모리를 256GB로 넉넉하게 잡았고요, SSD도 2TB로 여유 있게 했습니다. A사 견적은 192GB에 1TB예요." 차장이 물었다. "그럼 성능 차이가 많이 나요?" "ERP 동시 접속 500명이면 256GB는 필요합니다." 상무님이 고개 끄덕였다. "알겠어요. 근데 가격을 좀 더 맞춰주시면 좋겠어요." "얼마까지 가능하세요?" "10억 안에 들어오면 좋겠는데." "네, 다시 조율해볼게요." 마진 깎기와 클로징 회사 돌아와서 Dell PM한테 전화했다. "야, 1천만원만 더 깎아줘. 안 그럼 날아간다." "과장님, 진짜 힘든데요." "부탁이야. 나도 마진 다 까먹는다." "에휴... 6억 7천. 더는 진짜 안 돼요." "고맙다." NetApp도 3억으로 맞췄다. 합계 9억 7천. 우리 마진 8천만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괜찮다. 상무님한테 전화했다. "상무님, 9억 7천으로 맞췄습니다. 납기는 8월 20일 보장해드릴게요." "오, 그래요? 그럼 좋네요." "계약서 언제 쓸까요?" "다음주 금요일에 오세요. 결재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전화 끊고 태준이한테 카톡했다. "야, 했다. 고맙다." "ㅋㅋㅋ 형님, 저도 네트워크 5억 따냈어요." "점심 쏜다." "ㄱㄱ" 팀장한테 보고했다. "팀장님, OO전자부품 계약 확정입니다. 9억 7천." "수고했어. 이번 분기 실적 채웠네." "네." 자리 앉아서 커피 마셨다. 9억 7천. 마진 8천. 인센티브 1500만원. 분기 실적 120% 달성. 술값 12만원이 1500만원 됐다. 계약의 순간 다음주 금요일. 화성 공장 다시 갔다. 상무님 사무실에서 계약서 썼다. "과장님, 잘 부탁드려요. 납기 꼭 지켜주세요." "네, 상무님. 책임지겠습니다." 도장 찍고 악수했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계약서 들고 나오는데 기분이 좋았다. 차 타고 오는데 박 대리가 말했다. "과장님, 술값이 이렇게 되는 거네요." "관계가 돈이야. 벤더 PM이랑 친하게 지내야 돼." "저도 배웁니다." 회사 도착해서 계약서 스캔하고 회계팀 넘겼다. 태준이한테 전화했다. "야, 오늘 저녁 먹자. 내가 쏜다." "형님, 제가 살게요. 제가 먼저 연락드린 거잖아요." "에이, 내가 쏜다." 저녁 7시. 강남역 고기집 같은 자리. 태준이랑 둘이 소주 마셨다. "야, 너 덕분에 1500 받는다." "형님도 저 덕분에 네트워크 5억 따냈잖아요." "그래, 윈윈이지." "형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당연하지." 술 석 잔 마시고 생각했다. 결국 관계다. 고객도 관계, 벤더도 관계, 동료도 관계. 하드웨어 영업은 스펙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 술자리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값어치를 한다. 12만원이 1500만원 됐다. 투자 대비 수익률 12,500%.술값은 영업비가 아니라 투자다. 관계가 실적 만든다.

고객사 IT부장과의 골프 라운드에서 일어난 일

고객사 IT부장과의 골프 라운드에서 일어난 일

고객사 IT부장과의 골프 라운드에서 일어난 일 토요일 오전 7시 일어났다. 토요일인데. 골프 약속이 있다. K공사 이 부장. 아내가 눈을 흘긴다. "또 골프?" 뭐라 할 말이 없다. 커피 마시고 골프백 챙겼다. 차에 실으면서 생각한다. '오늘 잘하면 다음 입찰 정보 좀 들을 수 있을까.'골프장 도착 8시. 경기도 어딘가의 골프장. 이 부장이 먼저 와 있다. "하 과장! 오랜만이네." 악수했다. 힘 있게. 같이 라운드 도는 사람들. K공사 이 부장, 그의 팀장 한 명. 우리 쪽은 나랑 우리 이사님. 이사님이 오늘 비용 다 댄다. 당연히. 캐디가 카트 준비했다. 날씨는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첫 홀로 간다. 전반 9홀 골프를 못 친다. 나는. 그래도 열심히 친다. 열심히 안 치는 척하면서. 이 부장은 잘 친다. 핸디 12. "요즘 회사 어때요?" "바쁘지 뭐. 예산 시즌이라." 귀가 번쩍 뜨인다. 5번 홀쯤. 이 부장이 드라이버를 휘두르면서. "다음 달에 서버 증설 RFP 나갈 거야." "아, 그래요? 규모가 어느 정도?" "한 30억? Dell이나 HPE 둘 중 하나일 거고." 메모는 못한다. 머릿속에 새긴다. 30억. Dell 또는 HPE. 다음 달.점심 식사 클럽하우스. 점심은 우동이랑 돈가스. 이사님이 소주 한 병 시킨다. 술잔을 주고받는다. 이 부장 얼굴이 빨개진다. "사실 말이야."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진다. 다들. "L사가 이번에 견적 넣었더라고." L사. 우리 경쟁사다. 메이저 총판. "어, 그래요?" "근데 가격이 우리 예상보다 낮더라." 이사님이 거든다. "얼마나 낮던데요?" "20% 정도? 작년 단가 대비." 20%.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그 정도면 우리도 마진 다 깎아야 따라갈 수 있다. "L사가 요즘 공격적이더라고요." "맞아. 분기 실적 안 좋대. 그래서 저가로 밀어붙인다던데." "아, 그렇구나." 정보가 들어온다. L사 약점. 분기 실적 압박. 그럼 장기 서비스는 약할 수밖에 없다. 후반 9홀 후반 시작. 이사님이 나한테 속삭인다. "나중에 서비스 카드로 밀어." "알겠습니다." 12번 홀. "이 부장님, 서버 증설하면 유지보수는 어떻게?" "그게 문제야. 기존 장비랑 통합 관리해야 하는데." "우리 SE팀이 그쪽 강해요. 기존 인프라 분석부터 해드리고." "오, 그래?" 떡밥을 던졌다. 15번 홀. 이 부장 팀장이 끼어든다. "L사는 SE 지원이 약하더라고요." "맞아요. 걔네 SE가 몇 명 안 돼요." "우린 10명 넘는데." 이사님이 웃는다. "그래서 우리가 프리미엄이지."17번 홀의 폭탄 17번 홀 티박스. 이 부장이 담배를 꺼낸다. "하나 피워도 돼?" "당연하죠." 담배 연기 사이로. "사실 이번 입찰, L사가 유력해." 가슴이 철렁한다. "네?" "우리 임원진이 L사 쪽이랑 친해. 작년에 다른 프로젝트 같이했거든." "아..." "근데 실무진은 Dell 선호해. HPE보다." 정보가 정리된다.L사가 임원 라인 잡음 실무진은 Dell 원함 가격은 L사가 20% 낮음 근데 L사 SE 지원 약함"이 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솔직히 가격만 보면 L사지. 근데 서비스는 너희가 낫지." 찬스다. "그럼 가격 맞춰드리고, 서비스는 풀로 지원해드리면?" "그럼 고민해볼 만하지." 이사님이 내 어깨를 톡 친다. '잘한다'는 신호. 18번 홀 마지막 홀. 스코어는 개판이다. 내가. 근데 상관없다. 오늘 목표는 골프가 아니니까. 홀아웃하고 악수한다. "오늘 좋았어요. 다음에 또 쳐요." "그래, 연락해." 샤워하고 나왔다. 주차장에서 이사님이 말한다. "잘했어. 오늘."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Dell 본사 PM한테 연락해. 특가 받아와." "네. 그리고 SE팀한테 K공사 기존 인프라 분석 시작하라고 할게요." "좋아. 이번 건 따야 해." 집 도착 오후 6시. 집에 도착했다. 피곤하다. 골프보다 머리 쓰는 게 더 피곤했다. 아내가 묻는다. "골프 어땠어?" "응, 괜찮았어." 저녁 먹으면서 생각한다. 오늘 들은 정보들.L사 가격: 작년 대비 -20% L사 약점: SE 지원 약함, 분기 실적 압박 고객사 니즈: Dell 서버 + 통합 유지보수 임원 라인: L사 우호적 실무 라인: 우리 쪽 서비스 선호전략이 보인다. 가격은 L사 -5% 수준으로 맞춘다. 마진 거의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SE 지원 풀로 넣는다. 기존 인프라 분석, 마이그레이션 계획, 3년 무상 기술지원. 이거면 실무진 설득 가능하다. 실무진이 임원 설득하면 끝. 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이사님한테 보고한다. "Dell PM한테 연락했습니다. 특가 협의 중이고요." "SE팀은?" "K공사 기존 구성 분석 시작했습니다." "좋아. 견적은 언제 나와?" "이번 주 금요일까지." "RFP 나오면 바로 대응해." 이 부장한테 문자 보냈다. "토요일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에 커피 한잔해요." 답장 온다. "ㅋㅋ 응 연락해." 관계는 유지됐다. RFP 공고 2주 뒤. K공사 RFP 떴다. Dell 서버 증설, 예산 30억. 예상대로다. 견적 준비한다. Dell 본사에서 특가 받아왔다. L사보다 3% 높다. 괜찮다. 제안서 작성. 기술팀이랑 밤새 작업한다.기존 인프라 현황 분석 Dell 서버 최적 구성 마이그레이션 상세 계획 3년 무상 기술지원 SE 투입 계획 (주 2회 상주)제안서 두께가 200페이지. L사는 아마 100페이지 안 될 거다. 입찰 당일 D-day. K공사 회의실. 우리랑 L사, 그리고 H사 하나 더. 프레젠테이션 순서는 추첨. 우리가 두 번째. L사가 먼저 발표한다. 역시 가격 중심이다. "30억 예산을 27억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임원들 눈빛이 반짝인다. 우리 차례. 이사님이 프레젠테이션 시작한다. 가격 얘기는 나중으로 미룬다.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이 핵심입니다." 기술 검토 자료를 보여준다. K공사 현재 서버 구성, 병목 지점, 최적화 방안. 이 부장 표정이 바뀐다. '우리 시스템을 이렇게 분석했어?' SE 지원 계획을 설명한다. "주 2회 상주 지원, 3년 무상 기술지원." "마이그레이션 전 과정 책임집니다." 마지막에 가격. "28억 5천입니다." L사보다 1.5억 높다. "하지만." 이사님이 말을 잇는다. "서비스 원가까지 계산하시면 오히려 저렴합니다." 결과 발표 일주일 뒤. 이 부장한테 전화 왔다. "하 과장, 축하해." "네? 저희가요?" "응. 너희로 결정났어." 주먹을 불끈 쥔다. "임원진 설득이 쉽지 않았어. 가격 때문에." "네..." "근데 우리 팀에서 서비스 리스크 보고서 올렸거든." "아, 그러셨구나." "L사는 SE 지원이 약하고, 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 더 들 거라고." "감사합니다." "뭘. 그냥 사실대로 보고한 거지." 골프 라운드의 효과. 정보 수집, 관계 유지, 그리고 신뢰. "다음 주에 킥오프 미팅 잡자." "네, 일정 조율하겠습니다." 팀 회식 저녁. 팀 회식 자리. 이사님이 소주잔을 든다. "하 과장, 수고했어." "아닙니다. 팀 덕분입니다." SE팀 김 차장이 거든다. "제안서 만들 때 죽는 줄 알았어." "형, 형 있어서 땄습니다." 술이 돈다. 30억 계약. 마진은 5% 정도. 1억 5천. 인센티브로 내가 가져갈 거 한 2천? 올해 목표 절반은 채웠다. 집 가는 길 택시 안. 창밖을 본다. 서울 야경이 지나간다. 생각한다. 골프 라운드 하나로 시작된 계약.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난 게 아깝지 않다. 이 바닥은 이런 거다. 정보, 관계, 타이밍. 기술이나 가격만으로는 안 된다. 술자리, 골프, 커피 미팅. 다 영업이다. 집 앞에 도착했다. 택시비 내고 내린다. 아내한테 문자. "집 앞이야. 큰 계약 땄어." 답장. "축하해. 들어와." 현관문을 연다. 불이 켜져 있다.골프 한 번에 30억. 나쁘지 않다.

월요일 아침 9시, RFP 폴더를 여는 그 순간의 심정

월요일 아침 9시, RFP 폴더를 여는 그 순간의 심정

월요일 아침 9시 03분 출근했다. 컴퓨터 켰다. 로그인. 아웃룩이 열린다. 메일 148개. 금요일 퇴근 후부터 쌓인 거다. RFP 폴더 클릭. 손가락이 떨린다. 진짜로. 새 메일 7개. 월요일치고 많다. 커피 한 모금. 식었다. 1층 편의점서 산 지 20분 됐다. 첫 번째 메일 연다. "[RFP] 2024년 하반기 서버 증설 건 - 금융공사" 심장이 뛴다.7개 중 3개는 쓰레기 두 번째 메일. 제목만 봐도 안다. "견적 요청 - 개인 PC 10대" 삭제. 우리 취급 품목 아니다. 리셀러나 찾아가. 세 번째. "Re: Re: Re: Re: 문의드립니다" 이것도 아니다. 스팸 폴더 갈 걸 빠져나온 거다. 네 번째. "급함 - 내일까지 견적 필요" 일요일 밤 11시 58분 발송. 미친 거 아니야? 내일이 화요일인데 어떻게 하라는 건데. 기술팀 SE한테 물어봐야 구성 나온다. 벤더 PM한테 단가 받아야 견적 나온다. 하루 만에? 불가능하다. 답장 쓴다. "검토 후 수요일 오전까지 드리겠습니다." 실제론 화요일 밤 10시에 보낼 거다.진짜 건은 5번째 다섯 번째 메일 클릭. "[공식 RFP] 2024년 서버 인프라 교체 - ㅇㅇ시청" 첨부파일 3개. PDF 152페이지. 요구사양서, 제안요청서, 계약조건. 예산: 비공개. 입찰 방식: 최저가. 마음이 무거워진다. 공공 입찰이다. 마진 3%도 안 나온다. 근데 포기 못 한다. 실적이 필요하다. 분기 목표 12억. 현재 4억. 아직 8억 남았다. 이거라도 따야 한다. PDF 열어본다. 요구사양. "Dell PowerEdge R750 또는 동급 이상 10대" 동급 이상. 이 문구가 핵심이다. HPE로 갈까, Lenovo로 갈까. 가격 싸운다. 0.1% 차이로 떨어진다. 한숨 나온다. 6번째 메일이 대박 여섯 번째 클릭. "서버 증설 검토 요청 - ㅇㅇ증권 IT팀" 첨부파일 없다. 본문 3줄. "현재 DB 서버 용량 한계. 증설 검토 중. 미팅 가능한가요?" 이거다. 비공식 문의다. 아직 예산 확정 전이다. 지금 들어가면 스펙 주도권 잡는다. Dell로 밀면 Dell 스펙 들어간다. 경쟁사보다 2주 빠르다. 마우스 클릭. 답장 작성. "이번 주 목요일 오전 어떠신가요?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전송. 기분 좋다. 이런 게 진짜 기회다.7번째는 지뢰 마지막 메일. "Re: 지난주 견적 건 - 납기 문제" 심장 떨어진다. 지난주 금요일 클로징한 건이다. ㅇㅇ병원. NetApp 스토리지 3대. 8500만원. 납기 2주 약속했다. 메일 내용 확인. "벤더 측에서 재고 없다고 합니다. 4주 소요." 망했다. 고객한테 전화해야 한다. "죄송합니다. 납기가..." 변명 준비한다. 머릿속으로. "글로벌 수급 이슈가..." "제조사 생산 일정이..." 다 핑계다. 내가 재고 확인 안 한 거다. 금요일 오후 6시. 퇴근 30분 전. 급하게 PO 받았다. 벤더 확인 안 하고. 내 실수다. 전화기 든다. 무겁다. 9시 27분, 커피 식었다 RFP 폴더 닫는다. 7개 확인 끝. 쓸 만한 건 2개. 공공 입찰 1개, 증권사 비공식 1개. 나머지는 쓰레기 또는 지뢰. 월요일 아침 루틴 끝. 이제 시작이다. 견적서 만든다. 기술팀 미팅 잡는다. 벤더 PM한테 전화한다. 고객사한테 사과 전화한다. 커피 식었다. 다시 사러 간다. 1층 편의점. 아메리카노 한 잔 더. 오늘 세 잔째다. 점심 전인데. 매주 반복되는 이 느낌 월요일마다 똑같다. RFP 폴더 여는 순간. 기대 반, 걱정 반. "이번 주는 대박 건 있을까?" "납기 지연 없을까?" "경쟁사가 먼저 들어간 건 아닐까?" 7개 중 2개 건지면 잘한 거다. 10개 중 1개만 클로징되면 성공이다. 그게 영업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9시. RFP 폴더 여는 손가락. 8년째 떨린다. 익숙해지지 않는다.월요일이 시작됐다. 커피 한 잔 더 필요하다.